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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의 이야기 | 헤어지기에 아쉬운 순간, 그래도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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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회복지연구소 작성일19-03-06 16:01 조회1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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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사회복지연구소 칼럼니스트 이민훈 소장]

 

필자가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며 10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생활한 장애인이 있다. 거주시설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주 평일 오전 9시만 되면 씩씩한 모습으로 등원하여 희한하게 웃긴 상황을 만들며 나의 기억 속에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장애인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설을 이용하며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 피씩피씩 웃음을 줬던 사람이기도 하다.


학교에 다닐 때, 어느 날인가 그 장애인은 나에게 엉뚱한 질문을 했었다. 당시 나는 그 질문의 진짜 의도를 알지 못했고 그냥 가벼운 소리로만 이해했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누가 제일 좋으세요?”

파한 학교에서 시설로 장애인을 픽업해서 송영서비스를 하고 있던 터라 운전을 하고 있던 나는 부모님이 가장 좋다고 대답했었다. 그러자 그 장애인은 이렇게 말을 했다.

“저도 엄마가 좋아요. 그런데 지금은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내가 가장 좋다는 말에 내가 왜 좋으냐고 묻자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선생님은 운전도 잘하고 정글포스(파워레인저 시리즈)보다 강하니까요.”

간혹 그 장애인과 놀아줄 때 일본드라마 파워레인저 시리즈 중 정글포스라는 캐릭터로 장난을 치곤했는데 어렸던 장애인은 정글포스로 가상의 변신을 했고 나는 악당 역할을 하며 장난 섞인 전투가 벌어졌지만 마지막은 항상 내가 이겼었다. 그래서인지 정글포스라는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를 물리치는 유일한 악당으로 기억되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대였던 소년은 성인이 되었고 특수학교 전공반에 진학을 한다며 시설이용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받았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섭섭했다. 아니, 지금도 서운한 마음이다. 시설이용을 멈춘다는 게 운영상 문제가 아닌 나에게 추억이 많은 장애인을 매일 볼 수 없다는 나만의 아쉬운 마음과도 같았다. 그 장애인에게 이제 앞으로 시설에 나오지 않을 거라며 서운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괜찮아요’라는 대답을 한다. 그 말 역시 서운했다.

“이제 시설에 나오지 않는다니까. 그 말은 선생님도 볼 수 없는 거라고.”
“아... 괜찮아요.”


이별이라는 감성은 나만 느끼는 것인가 보다. 그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그 장애인은 무덤덤한 말투와 표정이었고 나의 짓궂은 장난에도 태연하게 웃음으로 넘기더라. 너무 속상했지만 나 역시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섭섭한 마음에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진명(가명)아, 진명이는 누가 제일 좋아?”

어떠한 정해진 대답을 원하는 질문은 아니었지만 꼭 듣고 싶은 대답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선생님이요’라는 대답이었다. 그러자 그 장애인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더라.

“엄마요.”
“......”


그가 집으로 돌아가고 그가 앉았던 시설의 책상을 바라보고 있으니 예전 차 안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때 진명이라는 장애인이 했던 질문에 만일 가족이라는 나의 대답이 아닌 그 장애인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면 헤어지기 전 내가 물었던 질문 속에 혹시 내가 바랐던 대답이 나오진 않았을까.
 

영원히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이 들어서, 추억을 10년이나 함께했기에 더 잘 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 그 장애인이 내 가슴 한곳을 콕콕 찌른다. 시설에서 볼 수는 없지만 헤어지기에 아직 준비가 되질 않았지만 그 장애인을 더 나은 모습으로 볼 수 있길 진심으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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